본문 바로가기
방 : 공간/그림이 있는 곳

#전시회 "루이비통 소장전 : 앤디워홀 "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22년 2월 6일까지

by 강똑똑 2022. 4. 7.

예술을 보다                                        

 


  • 루이비통 소장작 전시 : 앤디워홀
  • 전시기간 : 2021년 10월 1일 ~ 2022년 2월 6일
  • 전시장소 :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 청담 명품 거리

청담 명품 거리에서 예술을 만나다

이 날은 토요일이었다. 하루 세 개의 일정을 소화해야하는 바쁘고도 다소 두근거리는 하루다. 바쁘게 뛰고 걷느라 심장이 함께 뛰었고 간만의 강남 방문과 2019년 결혼식 이후 처음 보는 중학교 동창들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다소 흥분된 상태이기도 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별 일이 없으면 대학원 그룹 스터디에 간다. 그리고 오늘 오전 11시 그룹 스터디에 가기위해 홍익대학교를 방문하고 일정을 마친 뒤, 나는 바로 나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3년 간의 자취생활 룸메이트였고 이제는 대학원 동창이 되어버린 나의 오랜 친구를 기다린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한다고 온다는데 기다리지 않을 이유는 없지. 다만, 예약한 <앤디워홀> 도슨트 시간이 이제 고작 1시간 남짓 남아 조금 곤란할 뿐이다. 

 

결국 나의 친구는 홍대 전철역 안의 물품보관함에 책을 맡긴 채, 곧장 압구정로데오역으로 향하게 되었다. 도슨트 시간은 오후 2시 반. 지금 출발해야 닿을 수 있는 거리이다. 오늘따라 모든 일정이 빠듯한 게, 차가운 공기가 내 입김으로 따뜻해진다. 

 

루이비통에 간다는 나의 말에 뭘 사러가는지 궁금해한다. 나는 그룹스터디장인 대학원 동기에게 답한다. <앤디워홀>을 보러간다고. 나름 명품 답변이지않나? 흥미는 끌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나는 오늘 청담 명품 거리에 예술을 보러 간다. 

 

명품 매장이 즐비한 이 곳의 거리는 화려한 듯 삭막하다. 매장은 크고 화려하고 도로는 넓기 그지 없다. 깔끔하고 멋지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도로가 넓으니 나는 도리어 작아지는 느낌이고 반복되는 장면에 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만 같다. 혼자였다면 다소 지루했으리라. 다행히 오늘은 내 옆에 말이 잘 통하는 친구가 서 있다. 그래서 좋다. 

 

앤디워홀, LOOKING FOR ANDY

도슨트를 예약한 건 '신의 한 수' 였다. 강남에 약속이 있는 김에 인근 전시회를 알아보던 중 <앤디워홀>이 눈에 띄었다. 아마도 20세기 팝아트의 거장 앤디워홀이 유명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최근 수강했던 수업에서 다뤘던 아티스트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하필이면 지금 이 근방에 진행중인 규모 있는 전시회가 없었다. 

 

처음 일반예약을 진행했다가 도슨트로 변경한 것은 다른 방문객의 블로그 기록에서 작품 수가 많아보이지 않아서였다. 약속 장소에서도 조금 떨어진 곳이기도 했고 내가 거의 발걸음을 할 일이 없는 곳을 가는 곳이기도하여 민망스러울정도로 빠르게 끝나고 나오기는 싫었다. 그렇게 황급히 일반예약을 취소하고 잡은 도슨트 투어였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전층이 전시관으로 되어 있는 아담한 공간이 나온다. 도슨트 투어는 루이비통 에스파스 건물 건축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되었다. 한국의 기와에서 영감을 받아 건축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으나 어쩐일인지 크게 집중하지 못했다. 

도슨트 투어는 전체 약 30분 정도 가량 소요되었다. 큐레이터 1명의 설명으로 약 4~50명의 사람들이 함께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예약한듯 보였고 그 중에는 루이비통 매장에 갈겸 신청한 사람들도 있어보였다. 그리고 나처럼 오롯이 앤디워홀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도 있었다. 

 

큐레이터는 아이패드를 활용하여 전시작품 외에도 다양한 앤디워홀의 작품 및 워홀의 유년기 사진 등을 보여주면서 워홀의 생애 및 작품 창작 과정과 각 작품들의 배경, 시대적 변화, 가치를 설명했다. 

 

일반관람이었다면 필시, 설명도 없이 몇 점도 안되는 작품을 의미도 모른채 그저 둘러보고 사진만 찍고 끝났을 터. 도슨트를 신청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차분하지만 거침없는 큐레이터의 설명은 안정감이 있었고 집중도도 높았다.

많은 사람들이 큐레이터의 설명에 집중하고 있다.

앤디워홀인 인물 사진을 좋아했다. 또한 자신이 찍은 사진에 대한 집착도 대단했다. 한 모델의 수백컷 사진을 찍었음에도 결코 한 장도 다른 이에게 주는 법이 없었다. 모델이 직접 요청을 해도 주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앤디워홀은 수백장의 사진 중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창작 작업을 했다. 

앤디워홀은 자신의 자화상을 굉장히 좋아했다. 앤디워홀은 자신의 얼굴이 반쪽 가려진 이 붉은 자화상을 시작으로 자신의 자화상을 여러점 남겼다. 그의 삶의 굴곡에서 초기의 자화상과 말년이 자화상은 사뭇 느낌이 달라진다. 

재밌게 볼 부분은 그의 자화상에서 실제 피사체인 그 자신 보다 빛에 의한 그의 그림자가 더욱 크게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는 자화상을 통해 눈에 보이는 자신의 모습 이면에 가려진 그러나 항상 그 속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은 건 아니었을까? 마치 그림자처럼 결코 떨쳐낼 수 없는 또 다른 자아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아래의 작품을 보면, 더욱 앤디워홀에 흥미가 생길 것이다. 

누군지 감이 오시는가? 그렇다. 앤디워홀이다. 워홀은 스스로를 여성의 모습으로 꾸민 후 촬영을 하는 작업을 종종했다. 가발 및 화장을 통해 자신의 모습에서 여성을 표현한 것이다. 그 외에도 드랙퀸을 모델로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다음을 보자. 아름다움의 표현하는데는 한계가 없는 것이다.

익명의 드랙퀸을 여럿 모집하여 촬영을 한 후, 가장 적합한 사진으로 추후 작업을 했다. 처음에는 모델은 익명으로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는 의뢰자의 조건이기도 했다. 화려한 여성으로만 보였던 인물은 짙은 남색으로 칠해진 얼굴 반쪽을 통해 본래의 남성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다. 그 강력한 대비 때문인지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그의 마지막 자화상. 앤디워홀은 이 작품을 작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우연으로 탄생한 그의 마지막 작품과 함께 오늘의 글을 마무리해본다. 유럽 중심이 미술 시장에서 미국이 점유하는데 어쩌면 가장 큰 역할을 했던, 팝아트라는 새로운 미술 사조를 탄생시킨 앤디워홀. 짧지만 깊게 그의 매력에 빠졌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꼭 한 번 방문해보길 바란다. 


예약하는 법

온라인 예약이 가능하다. 일반 예약 또는 도슨트 예약을 선택할 수 있는데, "도슨트 예약"을 강력히 추천한다. 결코 시간이 아깝지 않은 도슨트 투어가 될 것이다.

 

루이비통 앤디워홀전 방문 예약(클릭)

 


초 겨울, 햇살이 따사로웠던 오후를 아트와 함께 보내고 나니, 처음 삭막했던 전경들에도 괜시리 의미부여가 되면서 감각을 자극하게 된다. 

반응형